
북극곰을 떠올리시면 차가운 바람이 부는 눈 덮인 바다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 하얀 거대한 몸집이 가장 먼저 스치실 겁니다. 이 동물은 단순히 추운 지방의 대표 동물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극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자연의 걸작이자 기후변화의 가장 뚜렷한 피해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북극권 전체에 걸쳐 서식하며, 캐나다, 그린란드, 러시아, 노르웨이, 미국 알래스카 등 다섯 나라가 공동으로 보호하고 있는 종입니다. 고대 이누이트 문화에서는 생존의 상징이자 존경의 대상이었고, 오늘날에는 기후변화 대응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북극곰의 신체적·행동적 특징과 실제 사는 북극 환경, 먹이 습관과 생태계 역할, 그리고 왜 이 동물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천연기념물 북극곰> 특징과 서식지
북극곰의 외모는 극한 환경에 완벽하게 맞춰진 결과물입니다. 온몸을 덮은 하얀 털은 눈과 얼음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게 해주는 완벽한 위장색이지만, 실제로는 털 자체가 투명해서 빛을 반사하고 피부의 검은색이 열을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피부 아래에는 두꺼운 지방층(블러버)이 10cm 이상 쌓여 있어 영하 50도에서도 체온을 유지하고, 물에 들어가도 체온을 잃지 않습니다. 발바닥에는 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잘 붙잡히고, 앞발은 노처럼 넓어 수영할 때 추진력을 줍니다. 성체 수컷은 어깨 높이 1.3~1.6m, 몸길이(꼬리 포함) 2.4~3m, 무게 350~700kg까지 자랍니다. 암컷은 이보다 작아 150~300kg 정도입니다. 북극곰은 다른 곰들보다 육식성이 강하고 수영 실력이 뛰어나 '바다의 곰'이라는 이름에 걸맞습니다. 귀는 작고 둥글어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후각은 30km 이상 떨어진 먹이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합니다. 눈은 눈부신 눈밭에서도 잘 볼 수 있게 보호막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대부분 고독하게 생활합니다. 암컷은 새끼를 키울 때만 가족 단위를 이루고, 수컷은 영역을 넓게 차지하며 서로 피합니다. 번식기는 봄철에 집중되며, 암컷은 임신 후 8개월 정도(지연 착상 포함) 후에 눈 속 굴(den)에서 1~3마리 새끼를 낳습니다. 새끼들은 태어날 때 500g 정도밖에 안 되지만, 어미의 지방이 풍부한 젖을 먹으며 빠르게 자랍니다. 2~3년 동안 어미와 함께 지내다 독립하죠. 야생 수명은 20~30년 정도로, 고령이 되면 치아 마모와 지방 축적 능력 저하로 생존이 어려워집니다. 북극곰의 서식지는 북극해와 그 주변 해빙입니다.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러시아 시베리아 해안, 알래스카, 스발바르(노르웨이) 등 북극권 5개국에 걸쳐 19~20개 아집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들은 해빙 가장자리(open leads)나 숨구멍(breathing holes) 근처를 선호하며, 여름철에는 해빙이 줄어들면 육지로 올라오거나 더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일부 아집단(예: 서부 허드슨만)은 해빙 감소로 인해 육지 생활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식지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북극 해빙은 1979년 이후 매 10년마다 13%씩 줄어들고 있으며, 여름철 최소 해빙 면적은 1980년대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북극곰들은 사냥 기회가 줄고, 장거리 수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며, 새끼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외에도 해양 오염(PCB 등), 불법 사냥, 석유·가스 개발, 선박 교통 증가가 위협 요인입니다. 북극곰은 1973년 북극곰 협약(Polar Bear Agreement)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2025~2028년 새로운 국제 행동 계획이 채택되었습니다. 각국은 반밀렵 순찰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 해결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먹이 및 중요성
북극곰의 먹이 습관은 거의 완전 육식에 가깝습니다. 주 먹이는 반지물개와 수염물개로, 지방이 풍부한 피부와 블러버를 주로 먹습니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하려면 성체 한 마리가 4~5kg의 지방을 섭취해야 하며, 사냥 성공률은 2% 미만으로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하루의 50% 이상을 사냥에 쓰죠. 해빙 위 숨구멍 근처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물개가 숨을 쉬러 올라오면 순식간에 덮칩니다. 가끔 벨루가나 나르왈 같은 고래, 바다새, 시체도 먹지만, 물개가 식단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여름철 해빙이 사라지면 육지로 올라와 새, 알, 식물, 쓰레기까지 먹지만, 영양이 부족해 체중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일부 아집단은 해빙 감소로 인해 연간 3~4개월 이상 굶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새끼 때는 어미가 사냥한 먹이를 공유하며, 2살쯤부터 스스로 사냥을 시작합니다. 북극곰은 먹고 남은 사체를 다른 동물들에게 남겨주는데, 연간 760만 kg 이상의 사체를 제공해 북극 먹이사슬을 유지합니다. 북극곰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생존 방식이 거의 전적으로 해빙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해빙 위에서 물개를 사냥하며 지방을 축적하고, 새끼를 키우며, 이동하는 모든 삶이 바다 얼음과 연결되어 있죠. 기후변화로 여름철 해빙이 사라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극곰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더 멀리 헤엄치거나 육지로 내려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동물 한 종의 문제가 아니라, 북극 생태계 전체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신호등입니다. 여러 국제단체와 북극권 국가들이 보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근본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장기적인 생존이 어렵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북극곰의 중요성은 북극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드러납니다. 물개 개체수를 조절해 해양 생태 균형을 잡아주고, 사냥 후 남긴 사체는 북극여우, 까마귀 등에게 중요한 먹이가 됩니다. 북극곰이 사라지면 물개가 과다 번식해 어류와 플랑크톤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후변화 지표종'으로도 불리며, 해빙 감소가 북극곰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문화적으로 북극곰은 이누이트와 북극 원주민들에게 생존의 상징입니다. 사냥 문화와 전통 지식에 깊이 뿌리 박혀 있으며, 현대에는 기후변화 캠페인의 얼굴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관광 측면에서 스발바르나 허드슨만 크루즈는 북극곰 관찰의 인기 코스지만, 인간 접근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문제입니다. 1973년 북극곰 협약 이후 5개국이 공동 관리하고 있으며, 2025~2028년 새 계획이 채택되었습니다. WWF와 Polar Bears International은 위성 추적, 지역 사회 협력,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2100년까지 해빙이 사라지면 대부분 아집단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극곰 보전은 결국 지구 전체 기후 대응과 직결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
북극곰은 끝없는 백야와 얼음 바다 위를 걸어가는 고독한 거인입니다. 해빙 위에서 물개를 기다리는 그 인내심, 새끼를 지키는 어미의 헌신, 그리고 극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온 적응력은 북극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녹아내리는 해빙은 이들의 삶을 점점 좁히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동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지구의 경고입니다. 다행히 국제 사회는 북극곰을 지키기 위해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해빙이 사라지지 않도록 온실가스를 줄이고, 서식지를 보호하며, 원주민 지식을 존중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죠. 북극곰이 앞으로도 차가운 바람 속에서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씩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이 하얀 거인이 미래 세대에게도 북극의 신비를 전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